김삿갓 그는 누구인가

- 김병연[삿갓]의 시비-
방랑 시인 김삿갓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 구름 뜬 고개 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
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 잔에 시한수로 떠나가는 김 삿갓.
바로 제목이 “방랑 시인 김 삿갓” 이다. 이 노래는 나도 어렸을 때부터 무척 즐겨 불렀고 또 나뿐아니라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가는 곳 마다 골목길 떠꺼머리총각들은 하나같이 부르던 노래다. 요즈음으로 말하자면 베스트셀러 넘버원으로 히트 친 곡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김 삿갓은 누구일가 ? 그의 내력을 알아본다.
김 삿갓(金笠) 의 본성명 김병연(金炳淵·)으로 본관은 안동이며 호는 “난고(蘭皐)” 인데 철종 때의 사람이다.
1807년[순조7] 3월13일 김안근 과 함평 이씨 사이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서 향년 56세인 1863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방랑시인이 된 동기는 모친과 영월에 살적 영월 관아에서 열린 백일장에 나가 장원을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의 조부를 조롱한 시제였더란 것.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
이의 죄책으로 삿갓을 쓰고 전국을 방랑 하며 숫한 풍자적이고 해학이 넘치는 주옥같은 시를 읊다가 전남화순 동복에서 일생을 마쳤다.

- 김삿갓의 묘소와 비석 -
그의 묘는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 노루목 에 있으니 가공 없는 상석과 자연석에
새겨진 비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다음과 같은 글의 시비는 광주 무등산 잣 고개에도 세워져 있다.
[시비 내용 ]
이십수하삼십객(二十樹下三十客)
사십촌중오십식(四十村中五十食)
인간개유칠십사(人間豈有七十事)
부지귀가삼십식(不知歸嫁三十食)
스무 나무 아래 설운 나그네에게
망할 놈의 마을에선 쉰밥을 주는 구나
인간에 이런 일 이 어찌 있는가
내 집에 돌아가 설은 밥을 먹느니만 못하니라
백일장의 시제는 <가산군수 정시를 찬양하고 선천부사 김익순을 규탄하라>는 것인데
사연을 모르는 김병연(金炳淵)은 다음과 같이 글을 지어 상시관에 올렸다.
<詩題 : 論鄭嘉山 忠節死 嘆金益淳 罪通于天 >
一爾世臣金益淳 鄭公不過卿大夫 일이세신김익순 정공불과경대부
將軍桃李농西落 烈士功名圖末高 장군도리농서락 열사공명도말고
詩人到此亦慷慨 撫劍悲歌秋水溪 시인도차역강개 무검비가추수계
宣川自古大將邑 比諸嘉山先守義 선천자고대장읍 비저가산선수의
淸朝共作一王臣 死地寧爲二心子 청조공작일왕신 사지영위이심자
升平日月歲辛未 風雨西關何變有 승평일월세신미 풍우서관하변유
尊周孰非魯仲連 輔漢人多諸葛亮 존주숙비노중련 보한인다제갈량
同朝舊臣鄭忠臣 抵掌風塵立節死 동조구신정충신 저장풍진입절사
嘉陵老吏揚名旌 生色秋天白日下 가릉노리양명정 생색추천백일하
魂歸南畝伴岳飛 骨埋西山傍伯夷 혼귀남무반악비 골매서산방백이
西來消息慨然多 問是誰家食錄臣 서래소식개연다 문시수가식록신
家聲壯洞甲族金 名字長安行列淳 가성장동갑족김 명자장안항렬순
家門如許聖恩重 百萬兵前義不下 가문여허성은중 백만병전의불하
淸川江水洗兵波 鐵甕山樹掛弓枝 청천강수세병파 철옹산수괘궁지
吾王庭下進退膝 背向西城凶賊脆 오왕정하진퇴슬 배향서성흉적취
魂飛莫向九泉去 地下猶存先大王 혼비막향구천거 지하유존선대왕
忘君是日又忘親 一死猶輕萬死宜 망군시일우망친 일사유경만사의
春秋筆法爾知否 此事流傳東國史 춘추필법이지부 차사유전동국사
대대로 임금을 섬겨온 김익순은 듣거라.
정공(鄭公)은 경대부에 불과했으나
농서의 장군 이능처럼 항복하지 않아
충신 열사들 가운데 공과 이름이 서열 중에 으뜸이로다.
시인도 이에 대하여 비분강개하노니
칼을 어루만지며 이 가을 날 강가에서 슬픈 노래를 부르노라.
선천은 예로부터 대장이 맡아보던 고을이라
가산 땅에 비하면 먼저 충의로써 지킬 땅이로되
청명한 조정에 모두 한 임금의 신하로서
죽을 때는 어찌 두 마음을 품는단 말인가.
태평세월이던 신미년에
관서 지방에 비바람 몰아치니 이 무슨 변고인가.
주(周)나라를 받드는 데는 노중련 같은 충신이 없었고
한(漢)나라를 보좌하는 데는 제갈량 같은 자 많았노라.
우리 조정에도 또한 정충신(鄭忠臣)이 있어서
맨손으로 병란 막아 절개 지키고 죽었도다.
늙은 관리로서 구국의 기치를 든 가산 군수의 명성은
맑은 가을 하늘에 빛나는 태양 같았노라.
혼은 남쪽 밭이랑으로 돌아가 악비 와 벗하고
뼈는 서산에 묻혔어도 백이의 곁이라.
서쪽에서는 매우 슬픈 소식이 들려오니
묻노니 너는 누구의 녹을 먹는 신하이더냐?
가문은 으뜸가는 장동(壯洞) 김씨요
이름은 장안에서도 떨치는 순(淳)자 항렬이구나.
너희 가문이 이처럼 성은을 두터이 입었으니
백만 대군 앞이라도 의를 저버려선 안 되리라.
청천강 맑은 물에 병마를 씻고
철옹산 나무로 만든 활을 메고서는
임금의 어전에 나아가 무릎 꿇듯이
서쪽의 흉악한 도적에게 무릎 꿇었구나.
너의 혼은 죽어서 저승에도 못 갈 것이니
지하에도 선왕들께서 계시기 때문이라.
이제 임금의 은혜를 저버리고 육친을 버렸으니
한 번 죽음은 가볍고 만 번 죽어야 마땅하리.
춘추필법을 너는 아느냐?
너의 일은 역사에 기록하여 천추만대에 전하리라.
[방랑시인 김삿갓/ 노래 명국환]
1. 방랑시인이 된 배경
조선 순조 11년(1811년) 신미년에 홍경래(1780-1812)는
1. 방랑시인이 된 배경
조선 순조 11년(1811년) 신미년에 홍경래(1780-1812)는
홍경래는 교묘한 수단으로 동지들을 규합하였고,
이 싸움에서 가산 군수 정시(鄭蓍)는 일개 문관의 신분이었지만
한편 김병연의 조부 김익순(金益淳)은 관직이 높은 선천 방어사였다.
그는 군비가 부족하고 대세는 이미 기울어져 있음을 낙심하다가, 날씨가 추워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국법의 심판은 냉혹하여서,
그 난리 때 형 병하(炳夏)는 여덟 살, 병연은 여섯 살, 아우 병호(炳湖)는 젖먹이였다.
마침 김익순이 데리고 있던 종복(從僕)에 김성수(金聖秀)라는
그 뒤에 조정의 벌은 김익순 한 사람에게만 한하고,
김병연의 가족은 서울을 떠나 여주, 가평으로 이사하는 등 폐족의 고단한 삶을 살다가
김병연이 스무 살이 되던 1826년(순조 32년), 영월 읍내의
그리고 정의감에 불타는 그의 젊은 피는 충절의 죽음에 대한
김병연이 이 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날, 어머니가 그 동안 숨겨왔던 집안의 내력을 들려 주었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명문거족이었다. 너는 안동 김씨의 후손이다.

= 김삿갓의 생가 모습=
네가 오늘 만고의 역적으로 몰아 세워 욕을 퍼부은,
너의 할아버지는 사형을 당하셨고 너희들에게 이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느라고
반란군의 괴수 홍경래에게 비겁하게 항복한 김익순이 나의 할아버지라니...
그는 고민 끝에 자신이 조부를 다시 죽인 천륜을 어긴 죄인이라고 스스로 단죄하고,
쓰고 방랑의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2. 해학적인 시모음
가. 내 삿갓
자신의 조부를 탄핵하고 시작한 방랑 생활.
그리해서 '병연'은 그 이름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삿갓을 쓴 이름 없는 시인이 되었다....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구경하네.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하늘 가득 비바람 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詠笠]
浮浮我笠等虛舟 一着平生四十秋 부부아립등허주 일착평생사십추
牧堅輕裝隨野犢 漁翁本色伴沙鷗 목수경장수야독 어옹본색반사구
醉來脫掛看花樹 興到携登翫月樓 취래탈괘간화수 흥도휴등완월루
俗子依冠皆外飾 滿天風雨獨無愁 속자의관개외식 만천풍우독무수
나. 대나무 시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 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맡기리라.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시장에서 사고팔기는 세월대로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나세.
[ 竹詩 ]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반반죽죽생차죽 시시비비부피죽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빈객접대가세죽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만사불여오심죽 연연연세과연죽
다. 가난이 유죄
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가난뱅이도 부자 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
[難貧]
地上有仙仙見富 人間無罪罪有貧 지상유선선견부 인간무죄죄유빈
莫道貧富別有種 貧者還富富還貧 막도빈부별유종 빈자환부부환빈
라. 시시비비
이 해 저 해 해가 가고 끝없이 가네.
이 날 저 날 날은 오고 끝없이 오네.
해가 가고 날이 와서 왔다가는 또 가니
천시(天時)와 인사(人事)가 이 가운데 이뤄지네.
[是是非非詩]
年年年去無窮去 日日日來不盡來 년년년거무궁거 일일일래부진래
年去月來來又去 天時人事此中催 년거월래래우거 천시인사차중최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진 않고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은 건 아닐세.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이것이 그른 것은 아니고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일세.
是是非非非是是 是非非是非非是 시시비비비시시 시비비시비비시
是非非是是非非 是是非非是是非 시비비시시비비 시시비비시시비
젖 빠는 노래
어느 선비의 집에 갔는데 그가 "우리 집 며느리가
김 삿갓이 망할 놈의 양반이 예의도 잘 지킨다고 분개하면서 이 시를 지었다.
시아비는 그 위를 빨고
며느리는 그 아래를 빠네.
위와 아래가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시아비는 그 둘을 빨고
며느리는 그 하나를 빠네.
하나와 둘은 가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시아비는 그 단 곳을 빨고
며느리는 그 신 곳을 빠네.
달고 신 것이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嚥乳]
父嚥其上 婦嚥其下 부연기상 부연기하
上下不同 其味卽同 상하부동 기미즉동
父嚥其二 婦嚥其一 부연기이 부연기일
一二不同 其味卽同 일이부동 기미즉동
父嚥其甘 婦嚥其酸 부연기감 부연기산
甘酸不同 其味卽同 감산부동 기미즉동
바. 서당 욕설시
추운 겨울날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나
인정 없는 훈장을 욕하는 시.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일세.
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고
선생은 와서 뵙지도 않네.
[辱說某書堂]
書堂乃早知 房中皆尊物 서당내조지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先生來不謁 생도제미십 선생내불알
김 병연은 이처럼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방랑시인생활 30년을 지내면서
사. 기생과 함께 짓다
* 평양감사가 잔치를 벌이면서 능할 능(能)자 운을 부르자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김삿갓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기생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김삿갓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기생
妓生合作 기생합작
金笠. 平壤妓生何所能 김립. 평양기생하소능
妓生. 能歌能舞又詩能 기생. 능가능무우시능
金笠. 能能其中別無能 김립. 능능기중별무능
妓生. 月夜三更呼夫能 기생. 월야삼경호부능
아. 난고평생시
새도 둥지가 있고 짐승도 굴이 있건만
내 평생을 돌아보니 너무나 가슴 아파라.
짚신에 대지팡이로 천 리 길 다니며
물처럼 구름처럼 사방을 내 집으로 여겼지.
남을 탓할 수도 없고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어
섣달 그믐엔 서글픈 마음이 가슴에 넘쳤지.
초년엔 즐거운 세상 만났다 생각하고
한양이 내 생장한 고향인 줄 알았지.
집안은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렸고
꽃 피는 장안 명승지에 집이 있었지.
이웃 사람들이 아들 낳았다 축하하고
조만간 출세하기를 기대했었지.
머리가 차츰 자라며 팔자가 기박해져
뽕나무밭이 변해 바다가 되더니,
의지할 친척도 없이 세상 인심 박해지고
부모 상까지 마치자 집안이 쓸쓸해졌네.
남산 새벽 종소리 들으며 신끈을 맨 뒤에
동방 풍토를 돌아다니며 시름으로 가득 찼네.
마음은 아직 타향에서 고향 그리는 여우 같건만
울타리에 뿔 박은 양처럼 형세가 궁박해졌네.
남녘 지방은 옛부터 나그네가 많았다지만
부평초처럼 떠도는 신세가 몇 년이나 되었던가.
머리 굽실거리는 행세가 어찌 내 본래 버릇이랴만
입 놀리며 살 길 찾는 솜씨만 가득 늘었네.
이 가운데 세월을 차츰 잊어 버려
삼각산 푸른 모습이 아득하기만 해라.
강산 떠돌며 구걸한 집이 천만이나 되었건만
풍월시인 행장은 빈 자루 하나뿐일세.
천금 자제와 만석군 부자
후하고 박한 가풍을 고루 맛보았지.
신세가 궁박해져 늘 백안시당하고
세월이 갈수록 머리 희어져 가슴 아프네.
돌아갈래도 어렵지만 그만둘래도 어려워
중도에 서서 며칠 동안 방황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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