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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가있는 아침

배 신 자

by 燕 山 2025. 4. 17.

 

 

  신자

                                   장금철
그럴 수가 있나요,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겠다고
하객 모아 놓고 약속한 걸 잊었단 말입니까,
엄동설한에 수제비로 연명할 때도 있었지만
고운 날도 있었잖아요,

 

당신이 길 떠난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생각을 해보셨습니까,
자그마치 오늘이 삼십삼 년째랍니다.
강산이 변했어도 세 번이나 변하였고
머리에는 서리가 하얗답니다.

아장아장 젖먹이 떼어 놓고
가시는 길 편하시던가요,
꺼이 꺼이 울며 매달리는
어린것들 눈에 밟히지는 않던가요,
모질게 정 떼어 놓고 발걸음이 떨어집디까.

먹고 입고 잠들 때도 당신 생각 잊지 못해
밤낮으로 눈물이 그렁그렁 어쩌란 말입니까,
먼저 가신 당신에게 원망한들 알아듣겠소,
추운 줄도 모르고 더운 줄도 모를 테니
언뜻언뜻 지나는 세월 알 리가 없겠지요,

그러는게 아닙니다,
수많은 날이 지나갔는데
한번이라도 보고 싶지 않던가요,
그곳에는 공중전화도 없겠지요.
꿈 속에라도 다녀갈 수는 없었나요,

어렸던 아이들은 곱게 자라서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아들 딸 낳아 잘 키운다오,
당신께서 못 오시면 내가 당신 옆에 가리다.
보고 싶고 속상해도 참으시구려,

                                               

                                                  --   燕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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