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정광일
사월의 꽃들 젊다 하지만
철없이 두근대는 마음만 할까
오월의 장미 핏빛처럼 붉지만
아직도 식지 않는 혈기만 할까
피 붉다하나
서산에 걸터앉은 노을을 닭아가고
봄이라고 다를까
오는 것은 말없이 떠나더라.
- 燕山
동백꽃 편지
김경윤
설 명절이라고
며칠동안 집 비운 새에
우리집 베란다 동백나무가
그리움 참지 못하고
글쎄, 꽃을! 다섯 송이나 피웠어요
빨간 입술에 노오란 웃음 흘리는
그 꽃 앞에서
한참 동안이나 말문 열지 못하고
짜릿짜릿 해오는 아랫도리를
움켜쥐고 서있는데
문득 그대가 그립더군요
아픈 상처도 한 십 년쯤
지나면 이렇듯 꽃이 되는지
썩지 않는 비닐봉지처럼
가슴에 묻어둔 그 시절들!
붉은 동백꽃으로 막 피어나고 있더군요.
-- 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