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처럼"■
젓가락 처럼
저녁놀 쓰러진 자리가
바다로 간 하늘가를 지나
은하수 모래알들보다 많은
별들이 노닐다 멀어져간
새벽이 와도
“당신 오늘은 일찍 들어와야
해?
엄마 칠순인거 알지?
부산 갈려면 아침 일찍
출발해야잖아“
그 말을 등 뒤에 매달고 나간
남편은
언제나 그날처럼 이런저런
일 핑계로 사람들과 어울려 밤을
지새우다
“띠, 띠, 띠…. 띠..”
얼레빗 새벽을 열고
들어오는 남편과
스치듯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난 큰 가방을 들고서 걸어
나가고 있었다
목쉰 바람을 따라
택시로 내달려 멈춰선
거리를 지나
지하철이 어둠을 뚫고
도착한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고갤 숙여 들여다본
핸드폰엔
남편은 문자조차 끝내
보내오질 않았다
엽서 한 장으로 시월이 오듯
미안하다는 문자 하나에도 열릴
내 마음은 끝내 닫아 버린 채
버스에 올라 스쳐 지나가는 초록빛
세상들을 막연히 헤아려보다
먼 산 그늘에 저녁 짓는 연기가 피어나는
나즈막한 집들을 바라보며 까닭 모를
슬픔으로 난 벙어리가 된 핸드폰을 누르고
있었다
“엄마!
나 지금 부산 가고 있어”
“김서방과 함께 오는 거지?”
“김 서방 요즘 바빠”
이번 기회에 한 달이고 두 달이고 푹
쉬면서 난 지난 십 년의 내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며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보려 했다
늘 손끝 하나 꿈쩍 안 하는 남편에겐
와이셔츠 빨고 다려 출근하기가 벅찰
거라는 한가닥 생각에 내 입가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져가면서,,,,
고속버스가 텅 빈 도로를 달려
휴게실에 도착하더니
간단히 식사를 하실 분은 다녀오시라는
기사님의 안내방송을 귀로 넘기며
식당으로 걸어가 음식을 마주하고 앉은 내
눈에 중년의 한 여자가 선글라스를 낀
남자에게
가락국수를 먹이고 있는 모습에
식당 안 사람들의 눈총은 말이 아니었다
젓가락으로 긴 사리를 들어 올려
입으로 후후 불어 바람으로 식히고
그것을 남자의 입에 넣어주고 있었으니까..
“휴.! 저 나이에 저러고 싶을까.
애정표현을 하고 싶으면 집에서나
할 일이지.. “
남자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입술을 내밀어
그 음식을 맛있게 받아먹다
얼굴에 국물이 묻으면 여자는 웃으며
휴지를 꺼내 닦아주며 국물까지 맛있게
훌훌 마시게 하고선
”배고팠지? 맛은 어때?“
"응..... 맛있네.. "
식사를 마치고 더듬거리며 아내에게
다가간 남자는 허리를 숙여 아내를 등에
업고는
“두발만 앞으로가..
이젠 왼쪽으로...“
다리가 불편한 아내가 말하는 데로
앞이 보이질 않는 남편과 걸어가는 모습에
아…! 하고 신음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고
말았다
회색빛 비가 내리는 길을
아내가 펼친 우산속에서 한 떨기 꽃처럼
걸어가는 부부를 보면서 내 눈가엔 비 보다
굵은 눈물이 맺히는걸 느끼며...
우두커니 버스에 오른 나는
빗속을 뚫고 가을을 달려가는 버스 안에서
아름다운 부부의 뒷모습을
빗물이 머문 창가에 그려보다
“부산에 도착했습니다"는
기사님의 목소리와 함께 무거운 가방을
들고 대합실로 빠져나오고 있을때
반가운 이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시선이
머문 대합실을 고갤 숙여 스쳐 지나갈 때쯤
무거운 가방이 가벼워지는걸 느끼며 내
옆에 다가온 그림자에 고개를 돌려보니
빙긋이
웃으며 걸어가는 남편의 얼굴이 슬픔과
함께 오버랩되고 있었다
“당신이…. 어떻게.”
서울서 줄곧 내가 탄 버스를 따라 내려온
남편은 내가 바라보며 눈물 흘렸던 그 부부를
내 뒤에서 나와 똑같은 눈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남편의 차에 오른 나는
“차 안에 이게 뭐야”
“장모님께서 우리 결혼할 때 손에 쥐여주며
이혼할 맘이 생길 때 바라보라던 그 상자야 ”
"그걸 왜?"
"당신 잊었어?
잘 간직 했다가 장모님 칠순때
가져오시랬잖아"
생신상을 마주보며 앉은 우리부부에게
“정은 심은 대로 걷는다고..
둘이 같이 있을 때 후회 없이
행복하게 잘 살아!“라며
상자를 열어보이시는 엄마를 보며
“엄마! 이 안에 든게 젓가락이었어?
“마주 보며 살아가는
거울의 인연이 부부야 이것아..“
........
“부부란 여기 놓인 젓가락처럼
하나가 없으면 아무짝에도 필요없 듯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무엇을 하든 하나여만 하는
이 젓가락처럼 살아가라는 뜻이었어“
비록 티격태격 싸울지라도
함께 있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맙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는지ᆢ
할 일을 다한 해님이
산 넘어 쉬러 가다 서울로 올라가고 있는
우릴 바라보며
“해 떨어지면 보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이
“부부”라고
노을진 자리마다
그려놓고 있었습니다
<작가 노자규>
한 여자를 울려버린 사랑 이야기
백년을 기약하면서 달콤한 연애를 하던 두 연인이 있었습니다. 두 연인은 달콤한 신혼의 꿈에 너무나 부풀어 있었습니다. 남자는 결혼을 위해 아파트를 준비하였고 여자는 새아파트에 맞는 세간살이도 알아 놓았습니다. 그렇게 희망이 부풀어 결혼준비를 하던 때 여자 아버지가 갑자기 사업에 실패를 하여 회사의 문을 닫게 되었고, 그 충격으로 여자의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고 아픈 고백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보여 주었던 새 아파트는 사실은 자기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도 사실 새 아파트에 가져갈 혼수품과 세간살이를 살수없는 형편이었기에 그말에 그렇게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단칸방에서 어렵게 신혼산림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남자의 월급이 결혼 전에 이야기하던 것과는 너무나 작았습니다. 그래도 여자는 신혼의 맛에 기쁘게 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여자의 아버지도 건강을 되찾게 되어 다시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사업도 잘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상하지요! 친정 집이 어려울 때는 그저 있는 것에 감사하였는데 친정집의 형편이 좋아지자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보이고 마음 속에는 불만이 조금씩 쌓여갔습니다. 결혼 전 아파트를 보여주면서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해준다던 남편의 말이 모두 상처로 되살아났습니다. 그렇게 사랑스럽던 신랑이 점점 미워졌습니다. 결국 여자는 그 속상한 마음, 억울한 마음을 친정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아픔을 이야기하는 여자의 볼에서는 아픈 눈물이 흘러내렸고, 이야기를 듣는 어머니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어머니는 딸에게 숨겨 놓았던 비밀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사실은 김서방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는 모두 털어 놓아야겠구나." 여자의 어머니가 해준 말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남자는 혼수용품을 해올 형편이 못되는 여자의 마음이 상할까 봐 아파트를 팔아 여자의 아버지의 빚을 갚는 데 보태었습니다. 그리고 매달 월급에서 적지 않은 돈을 떼어 여자 아버지의 병원비로 지출하였던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얼굴을 적십니다. 그 눈물은 조금전 신세타령을 하면서 흘린 눈물과는 전혀 다른 감동과 부끄러움의 눈물이었습니다. - 옮겨온 글- 인생 길/수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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