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가을
--김미경
좀 더 머물러 주지 못해 미안해요
바람에 실려 어디로 가는지
알려고 하지도 마세요
물을려고 하지도 마세요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밟고 걸으며
눈물짓고 있나요
파열된 심장처럼 아프고 아파도
혼자 부르다 돌아누워 버린 푸른 빛
조용히 다둑이며 돌아서는 빛바랜 가을
좀 더 오래 머물러 주지 못해 미안해요
가을, 영영 사라진다고 생각 마세요
쉽게 잊지는 말아 주세요
우린 아직 끝이 아니에요
낙엽의 영혼은 늘 함께 할 테니
chunsan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詩/이채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리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 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순간이더라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 말처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낙엽을 밟으며
노랗게 빨갛게 물들인
색동 저고리 꽃 비에 젖어
한잎 두잎 떨어져
꽃 길을 만들었네
사각사각 노란 잎을 밟고
바스락바스락 빨간 잎을 밟으며
마음에 솟구치는 시 한 수를
조용히 읊어 본다
늙으면 시들어 떨어질까
시련과 아픔의 극치일까
삶의 마지막 순간일까
떨어진 낙엽에 한숨이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