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산 등산 길에 > .
웃은 죄
-김동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 주고
그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燕 山
시 속에 남정네는 과거보러 한양 가던 선비였는지도 모르겠고 나무하고 산을 내려오다 목이 말라 물 한 바가지 떠 달라는 잘 생긴 타동네 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물을 떠 준 처자는 떠꺼머리 총각만 봐도 얼굴 살짝 붉히는 앳된 처녀였을지도 모르겠고 예닐곱 신랑한테 시집을 와서 암 것도 모르는 꼬마신랑 땜에 애 태우는 새색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질러가는 길 없냐고 묻기에 대답해주고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옆에 있는 샘물 떠 주었을 뿐입니다. 그리곤 잘 먹었다고 고맙다고 인사하기에 웃음으로 얼버무린 것 밖에 없을 뿐입니다.
그런데 달 마중을 갔었는데 임 마중을 갔었다고 소문이 나는 것처럼 그새 누가 봤는지 온 동네에 소문이 나버렸습니다. 물을 달라기에 물을 떠 건네주었을 뿐이고 누가 어떤 소문을 내든 웃음웃은 죄밖에는 아무 것도 없는데 소문의 당사자는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죄가 있다면 살포시 흘린 웃음이었겠지요. 그 시대에 우물가는 소문의 진원지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뉴스의 장소였습니다. 평양성에 해 안 뜬다고 해도 모르는 일이라고 처자는 항변하지만 웃음의 의미를 두고 퍼져나가는 소문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한 듯 보이는 재미난 시입니다.
땀 흘린후 막걸리 한잔과 김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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