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화초는 겨울을 모른다.
매운 바람에 겨울 나무 뼈마디는 얼음이 박히는데
남향받이 우리 집 베란다에 화초들은 바깓 세상의 아픔을 모른다
동백꽃 치자꽃 레몬나무 등 서로 젊음을 겨루고
손녀 엉덩짝만한 잎파리 사이로 만세를 배우는 아기의 손처럼
솟구치는 동백의 꽃송이 제 시절 만난 듯 호접 몇 그루에
흰나비 호랑나비 나는데 연지곤지 찍고나온
군자란의 시샘은 온 집안이 환하다.
두어해전 잎사귀도 시원찮게 누군가의 손에 들려온 카틀레아는
남국의 펠리컨 두 마리를 불러 않힌다.
조롱박처럼 매달린 턱 투박하고 긴 부리 활짝 편
두 날개 괴상한 생김새는 못난 자식 더 정이 가듯
자식들 감기 들라 찢어진 작은 문구멍도 막으시던
그 때 어머니처럼
베란다 문틈을 때때로 점검한다.
최경신 詩集(내 안의 도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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